레저경영연구소 최석호 칼럼

우리 땅을 걷는다 (국민일보 2015년 10월 2일)

우리 땅을 걷는다 (국민일보 2015년 10월 2일) 골목길 근대사 – 최석호 외/시루

2015.10.01. 17:29 http://blog.naver.com/sokhochoe/220496599428

제대로 가을이다. 걷기 좋은 계절이다. 이 계절에 답사기나 여행기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해 보인다. ‘골목길 근대사’는 근대사에 초점을 맞춘 역사기행서다. 서울 정동에서 시작해 서촌과 동산(성북동)을 걸은 뒤 목포로 내려갔다가 부산을 찍고 증도에서 끝난다. 여가와 레저를 연구하느라 국내외를 구석구석 돌아다닌 최석호(51)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이 박종인(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 이길용(서울신학대 교수)과 함께 근대의 흔적이 묻어있는 골목길들로 안내한다.

걷기 여행과 역사를 결합한 책의 형식이야 새로울 게 없다. 주목할 것은 걷기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참신하고 대담한 재규정이다. 최 소장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며 깊은 상처를 입은 조선 후기에 ‘진경(眞景)시대’가 찬란하게 피어난 이유로 당대 지식인들의 우리 땅 걷기 바람을 든다.

인왕산

“조선에는 변화가 필요했다… 조선 고유색 발현을 통해 민족자긍심을 회복하고 진경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아름다운 삼천리 금수강산을 재발견한 국토애(愛)였다. 자기애에서 비롯되는 지극한 국토애로부터 문화적 자존심이 싹트고, 문화적 자존심은 문인의 붓 끝에서 진경산수화가 되고 진경시가 되었다. 창강 조속, 삼연 김창흡, 겸재 정선, 사천 이병연 등 율곡학파의 당대 문인들은 삼천리 금수강산을 걷기 시작했다.”

국내에 드문 레저문화 연구자인 최 소장은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국토 기행에 주목하면서 이 행위를 중국으로만 쏠렸던 시선을 우리 땅으로 돌리는 과정으로, 현실과 밀착한 지식인으로 거듭나는 시간으로, 또 ‘조선중화(朝鮮中華)’를 선언하고 진경시대를 여는 힘으로 분석해 낸다. 이어 지금 시대의 꽉 막힌 정체 상태를 타개할 새로운 인식과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과정으로써 우리 땅 걷기를 제안한다. 걷기 여행을 개인적인 사색이나 역사 공부와 결부시키는 책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책에서는 서촌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최 소장에 따르면 서촌이야말로 조선의 정신이 서린 곳이다. 서촌 사람 사천과 겸재가 진경시대를 연 주인공들이었다. 그의 서촌 산책은 거대한 질문과 함께 시작된다.

“새천년 세계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에게 한국 사람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그래서 나를 찾아 나섰다. 한국의 정신을 찾아 나섰다. 서촌을 걷는다.”

전남 신안군에 있는 증도를 책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는 “지금 증도를 걷는 것은 우리의 근대사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었고 치유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길이 된다”고 설명한다.

책은 지역의 명소를 죽 짚어가는 게 아니라 한 지역을 하나의 또렷한 주제로 꿰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정동에서는 구한말을, 목포에서는 일제강점기를, 부산에서는 6·25 전쟁기를 다루는 식이다. 동산에서는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상허 이태준, 만해 한용운 등 문화적 지사들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증도에서는 원불교 최고지도자 장응철 종법사, 민중신학자 서남동 교수, 한국대학생선교회 설립자 김준곤 목사, 알려지지 않은 여성 전도사 문준경 등 종교 지도자들을 비중 있게 등장시켰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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